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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기고] 4차 산업혁명에 성공하려면?
  1. 작성일 :
  2. 2018.05.31
  3. 작성자 :
  4. ossf
  5. 조회수 :
  6. 1981

4차 산업혁명에 성공하려면?

고 건 (이화여자대학교 석좌교수)

왜 정보혁명은 미국에서만 일어났는가? 왜 영국, 독일, 프랑스는 아닌가? 언젠가 필자는 EU 소프트웨어 국장을 만나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다. “유명한 IT 논문들이 유럽에서도 많이 나왔는데 왜 정작 IT 회사들은 모두 미국에만 있고 유럽에는 없는가?” 그의 대답은 “유럽은 IT 지적재산권 보호에 게을리 했기 때문이다”였다. 사실 따지고 보면 미국도 1970년대까지는 소프트웨어 지적재산권 개념이 전혀 없었다. 미국도 누구나 소프트웨어를 무단 복제했고, 소프트웨어 시장은 형성될 수 없었고,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 살 때 거저 껴주는(bundle) “공짜” 였다.

그러다가 1970년 후반 PC가 출현하였다. PC는 대형컴퓨터와 달리 엄청난 댓수가 팔릴 것으로 예상되었다. PC 소프트웨어는 1달러만 받고 팔아도 엄청난 수익이 예상되었다. 이에 빌 게이트는 1976년에 “Open Letter to Hobbyists”라는 공개서한을 미국 사회에 던진다. (“Hobbyists”란 오늘날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뜻한다. 당시 소프트웨어 개발은 경제적 수입으로 연결되지 않았으므로 이를 취미생활자라고 표현한 것이다.) 그는 이 공개서한에서 “누군가 열심히 힘들게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무단 복제해가면 누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겠는가? 아무도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지 않는 사회는 과연 발전할 수 있는가? 소프트웨어 무단 복제는 도둑질로 다루어야 한다.” 등을 주장했다. 미국 사회가 벌컥 뒤집혔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들이 무단 복제한 소프트웨어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 법조계는 이러한 주장을 진지하게 받아들였고 이때부터 미국 법조계는 소프트웨어 지적재산권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70년대 후반부터 미국에서는 소프트웨어 관련 소송이 걸리면 속속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승소하기 시작하기 시작했다. 소프트웨어는 책이나 음악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어려웠다. 바이너리 프로그램만 보호해주면 되는가? 아니면 소스 코드도 보호해주어야 하는가? 소스 뿐만 아니라 알고리즘까지 보호해주어야 하는가? 아니면 아예 그 아이디어 자체까지 보호해주어야 하는가? 심지어 프로그램에서 사용하는 함수나 변수명도 보호대상인가? 프로그램에서 읽고 출력하는 데이터 포맷까지도 보호대상인가? 여러 사람의 다양한 코드가 섞이면 지적재산권은 어떻게 되는가? 프로그램을 사면 그걸 구입한 사람의 모든 기기에서 사용할 수 있는가? IT 기술이 발전해갈 때마다 새로운 이슈들이 지금도 계속 끝없이 생겨나고 있는데 미국 법조계는 이에 대해 매우 진지하게 대응해왔다.

그 결과 미국에서는 80년대부터는 ”Property“를 뜻하는 “Proprietary Software”라는 용어가 나타났다. 소프트웨어도 별도로 가격을 매기기 시작했다. 전적으로 소프트웨어만 만드는 Oracle(1977), Sun(1982)과 같은 회사들이 이 시기부터 생겨나기 시작했다.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를 더 비싸게 받는 현상도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국가가 소프트웨어에 대한 재산권을 철저히 보호해주지 않았다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현상들이었다. 그러면 왜 유독 미국만 이처럼 소프트웨어 지적재산권을 철저히 보호해주기 시작한 것일까? 첫째 미국은 식민지 시절 영국의 많은 공장들을 미국으로 들여오기 원했지만 번번히 영국의 특허법 때문에 좌절되었었다. 그러다보니 미국은 원료를 영국으로 보내서 거기서 만든 완제품을 또다시 배에 싣고 와 비싸게 구입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래서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지적재산권이 국가 발전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찍부터 깨닫고 있었고 미국은 “국가는 국민들의 지적재산권을 보호해주어야 한다”라는 조항을 독립헌법 안에 명시하는 첫 번째 나라가 되었다.(Article I, Section 8 of the U.S) 둘째 미국은 20세기 들어와 미드웨이 해전, 나치와의 전쟁 등을 겪으면서 정보가 얼마나 국가의 안보와 발전에 중요한지를 국민 모두가 피부로 체험하게 되었다. 셋째 미국은 법대를 학부가 아닌 대학원에 두었다(Law school). 법대를 대학원에 두면 학부에서 다양한 전공을 공부한 학생들이 대학원에 진학하여 법을 공부함으로써 법과 컴퓨터처럼 두 분야에 모두 익숙한 법관들이 양성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미국은 존 록크가 제시한 “근대국가”의 개념 즉 “국가의 존재하는 이유는 국민의 생명 자유 재산권을 보호해 주는데에 있다”라는 이념 위에 태동된 나라였기 때문이다. 유럽대륙의 전제왕권, 전체주의, 파시즘, 중상주의 등은 모두 개인보다 오히려 국가를 우선시 하는 체제였다. 우리나라도 개발자의 권리보다 국가 예산절감을 우선시하는 관리들을 종종 보는데 이는 전근대적인 국가관 때문이다.

정보혁명뿐만이 아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이태리 베네치아는 1474년부터 특허제도를 시행하기 시작하였는데 이 제도가 알려지자 대륙 각 지역에서 혁신적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이 이태리로 몰려들기 시작했고 이는 르네상스를 완성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영국이 산업혁명에서 승자가 된 것도 지적재산권에 힘입은 바 크다. 영국은 지리적으로 가장 외진 나라였기 때문에 17세기 영국은 유럽에서 가장 후진적인 나라의 하나였다. 그러던 영국이 1623년 특허제도를 시작한다. 하버드 대학의 데이비드 랜더스는 “세계 역사상 최초로 성문법으로 만들어진 영국 특허법은 대륙의 과학기술자들을 영국으로 유치하여 산업혁명을 성공하게 만든 주역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제임스 왓트의 자서전은 “특허 제도가 없었더라면 제임스 왓트도 증기기관 발명을 중도에 포기했을 것이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증기기관은 수많은 시행착오와 수많은 프로트타입을 거치면서 완성된 작품이다. 그 과정에서 엄청난 시간과 노력과 투자가 들어가는데 국가가 재산권으로 보호해주지 않았다면 결코 완성될 수 없었던 것이다. 증기기관, 방직기계 등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은 모두 유럽대륙에서 영국으로 건너온 사람들이 영국에 전수해준 기술이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는 역사적 사실이다.

아담 스미스는 “개인의 사적 이익의 동기가 없이는 사회가 발전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지적재산권은 르네상스, 산업혁명, 정보혁명 등 과거 모든 주요 혁명의 필수조건이었다. 이제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과거 그 어느 혁명보다도 창의적 사고와 “고급인재”에 달려있다.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다시는 조선말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우리나라에게 지적재산권이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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